곽병준
“행복도시 강동”을 위한 선택,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회적경제 인프라 구축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장-자크 배네 감독이 만든 영화 ‘베티블루 37.2’는 3시간이 넘는 영화지만 1988년 국내 개봉에서는 85분이 잘려나가고 1시간 40분으로 상영됐다. 외설적이고 너무 길다는 이유로 100분짜리 영화로 상영됐다가 2000년 185분짜리로 재개봉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개봉 이후 많은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어찌보면 불안한 삶의 습이었지만, 당당히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두사람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필립 지앙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의 원제는 ‘37°2 le matin(아침, 37.2도)’다. ‘37.2도’는 여자가 임신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가장 격정적인 사랑을 나눌 때의 남녀 체온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의 체온인 36.5도보다도 0.7도 높은 수치다. 세상에 막 나왔을 때 신상아의 체온도 역시 37.2도라고 하니 37.2도야 말로 사랑의 온도가 아닐까.
우리네 삶도 37.2도와 같다면 어떨까. 평상시보단 조금 더 높은 온도일 수는 있지만 그만큼 열정적이고 사랑이 함께하는 그런 삶으로 말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37.2도라면 많은 사람들이 더 따뜻한 삶을 살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37.2도 만큼이나 따뜻한 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 지자체가 있다. 따뜻함과 사회적경제의 만남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행복도시 강동”을 위한 선택, 사회적경제 활성화
서울특별시 강동구가 생각한 ‘행복도시 강동’을 위한 방법은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였다. 경제성장의 부작용인 ‘독점과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호혜와 협동’을 생각했다. 전통적인 두레와 계 속에서 잠재된 공동체 회복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나눔과 공유의 사회적경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선 6기 공약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강동형 사회적경제를 발굴 및 육성하여 강동만의 협동경제 공동체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따뜻한 공동체 구현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사회적경제 인프라 구축
사회적경제의 확산을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경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만 했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반이 뒤따라야했다. 우선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특별시 강동구 사회적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2010.8.4.), 「서울특별시 강동구 따뜻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 제정(2012.9.12.), 「서울특별시 강동구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2016.3.23.)은 강동 사회적경제의 뿌리가 되었다. 또한 기존에 부족했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 사회적경제 전담조직을 강화하였다. 강화 이전에 일자리 경제과 사회적경제팀, 협동조합팀과 자치안전과 마을공동체육성팀을 합쳐 2016년 1월 1일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하였다. 사회적경제과는 인력・예산・지역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체계적인 업무추진을 가능케 했다.
또한 전문 중간지원조직을 설치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강동구에는 현재까지 운영 중인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있다. (재)희망제작소 위탁운영 중인 이 조직은 사회적경제전문가가 직접 운영하며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활성화 및 지역 인프라 구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동구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 지역특화사업단도 있다. 주민주도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된 이 지역특화사업단은 사회적경제전문가 4명으로 구성되어 민・민거버넌스 구축 및 지역의제 공동사업 추진 분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강동협동경제공동체 네트워크 “함께강동”, “강동마을넷 동동(同東)” 등이 강동만의 네트워크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강동구의 단체들은 민・민 네트워크, 민・관 네트워크, 관・관 네트워크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튼튼한 뿌리를 갖췄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의 줄기를 갖출 차례였다. 무엇보다도 사회적경제를 구성할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할 때였다. 강동구는 우선 사회적경제라는 인식 확산에 주력했다. 매년 중간지원조직인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주도로 사회적기업의 날(7.1) 전후 2주간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주간행사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사회적경제기업을 홍보하고 사회적경제 영화 상영 및 강연회를 개최하여 주민들에게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알릴 수 있게 하였다.
행사 이외에도 사회적경제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포럼 및 토론회를 7회 개최하였으며, 교육 및 강연회를 총 178회 개최하는 등 강동구에 사회적경제의 바람을 불게 하였다. 또한 강동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소식지인 ‘함께하는 발걸음’은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각 도서관, 주민자치센터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하여 누구나 강동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강동구는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의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 사회적경제 핵심인재 교육 시스템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서 사회적경제를 전문으로 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였으며 협동경제공동체 학습동아리를 2013년부터 총 8기 45개팀을 선정하여 사회적경제조직 창업컨실팅・도서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미래의 인재인 청소년 협동경제 교실을 운영하여 청소년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협동조합인 ‘선사고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는데 선사고 토론동아리 ‘날애’가 사회적경제 강의를 듣고 협동조합 방식의 매점을 제안하였는데 이를 시작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이 공동출자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강동구에는 사회적경제 재능기부 자문단인 ‘프로포노단’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포노란 라틴어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줄인 말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경험과 재능을 기부하는 자문단이다. 경영, 광고 마케팅, 법무, 재무, 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관내 전문가가 재능기부를 하며 사회적경제조직에 지속적인 경영자문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강동구의 사회적경제를 향한 다양한 노력들은 어느새 결실을 맺고 있다. 사회적경제 도시농부의 탄생이 그 사례 중 하나이다. 강동하면 유명한 도시농업과 사회적경제의 만남이 있다. 친환경농사를 짓는 강동구 농부들은 유통체계로 인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2011년 도시농부 7명이 참여하여 제1기 사회적기업 아카데미 교육을 수료하였고 수료 이후 지속적인 컨설팅지원을 통해 2012년 마침내 사회적경제 도시농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설립된 영농법인 (주)강동도시농부는 성공적인 롤모델로서 2015년, 2016년 연속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학교텃밭을 운영하고 ‘Social Dining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밥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인 ‘도시農담’, 아직 인큐베이팅 중으로 발달장애 사회성 신장을 위한 텃밭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구밭’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모델은 강동이 지닌 따뜻함이라 할 수 있다.
따뜻한 공동체의 모습을 가진 또다른 강동구 사회적경제가 있다. 강동구 성내동 도서관 인근에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퇴폐영업을 하는 변종업소가 밀접해 있었다. 도서관, 초등학교 인근의 낯뜨거운 간판들은 학생들에게 민망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그런 이유로 엔젤공방거리가 탄생하였다. 변종업소에 대한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하며 사회적경제 기업의 창업공간을 지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엘젤공방거리였다.
우선 변종업소 우선정비추진단(TF팀)을 구성하여 주민들로부터 정비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이와 함께 변종업소의 단속을 강화하였으며 변종업소의 정비를 위해서 업주와 건물주를 끊임없이 만나 설득하였다. 2016년 4월 변종업소 1개를 정비하여 엔젤공방 1호점을 공모하였고 6월에는 사회적경제 청년공방이 입주하였다. 현재 2, 3호점이 개소를 위해 준비중이다.
또 다른 강동만의 사회적경제 사업으로 ‘청년르네상스 강동프랜차이즈 사업’이 있다. 강동구는 심각해지는 청년일자리 문제와 동네 영세상인의 생존문제를 고민해왔다. 청년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일자리문제가 있었고 영세상인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를 위해 상호 협동하고 공유하는 사업이 바로 강동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우선 사업추진을 위하여 예산을 마련하고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자문을 거친 후에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이후 본부요원을 공모하였고 공모를 통해 선발된 청년들은 현재 사회적경제와 프랜차이즈 교육을 이수하고 사업구상을 위한 현황조사 중에 있다. 이후 프랜차이즈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여 이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협동조합화한다는 것이 강동구의 앞으로의 계획이다.
강동구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민원해결 및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해소되는 등 따뜻한 공동체가 조성되었으며 사회적경제 도시농업, 강동 프랜차이즈, 엔젤공방 등을 통해 일잘리 창출이라는 다양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지속가능 행복도시 강동이라는 큰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따뜻한 공동체라는 강동구의 말이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변화들과 노력에 있다. 강동구의 사회적경제의 온도를 재볼 수는 없겠지만 만일 재본다면 37.2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그 온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온도를 공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