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준
주민의 니즈(Needs)를 반영한 도시숲 조성
녹색 옷을 입고 주민들을 만나다!
주민들의 손으로 디자인하고, 꿈의 도시숲을 그리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에는 수도권 전철 1호선이 다니는 ‘외대앞역’이 있다. 1974년 8월에 개통된 이 역은 당시 역명은 휘경역이었다. 1996년 1월 1일에 역에 인접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의 이름을 딴 현재의 역명으로 변경되었다. 이 역은 다른 역들과 조금 다른 점이 숨겨져 있다. 외대앞역에는 2016년 현재도 보행자들이 건널 수 있는 ‘건널목’이 있다. 정확한 명칭은 휘경4건널목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모습을 하고 있다. 역사 대합실 아래로 건널목이 있으며 하루에 500여 편의 전동열차가 운행중인 1호선상의 건널목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한 때는 4차선도로가 이 곳을 관통하였으며 대형경보기와 다수의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었던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였던 만큼 위험도 함께 도사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 2차선의 지하차도를 건설하게 되었고 현재처럼 보행자건널목만 남게 되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 건널목을 운영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고 2012년 8월을 기점으로 폐쇄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건널목을 폐쇄하려하니 동대문구의 수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게 되었고 2012년 12월 31일까지 임시로 존치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그러나 연말까지도 협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2016년 현재도 통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단순한 건널목 1개가 시위까지 벌어질 정도의 쟁점이 되었던 이유는 이곳이 주변상권 및 노점상 등의 상권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역 하나, 건널목하나가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던 사례이면서 동시에 서민의 삶과 기차는 빼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포항시에 KTX 포항~서울 노선이 신설에 따라서 도심 내의 6.6km의 폐철도 부지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폐철도 부지를 방치할 시에는 포항 남쪽과 북쪽 시가지의 단절에 따른 도시성장의 지속적인 장애발생이 고민되었고 또한 우범화에 따른 도시미관을 저해하며 주민안전의 위협이 우려되는 사항이었다. 이와 더불어 폐철도 부지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다양한 욕구를 분출하고 있었다. 최근 외곽 신도시 개발과 도심지역의 공동화 현상으로 인하여 인근 지역 6개동 지역 주민들의 체육시설, 공원건설 등 다양한 욕구가 표출되고 있었고 이에 따라서 시가지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녹지 및 시민휴식의 공간 조성이 필요시 되었다. 폐철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주민의 니즈(Needs)를 반영한 도시숲 조성
포항시는 폐철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답은 지역 거주 주민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주민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해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주변 환경 및 문화·생활편의시설에 대한 불만족 사유가 전체의 65%로 환경 개선 및 문화·휴식·편의공간의 확충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숲(공원) 이용 현황에서도 사업구간 내 가구원의 46.5%는 한 달에 1회 이상 숲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상적인 공원모델로는 ‘산책과 휴식 위주의 자연형 공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주민이 원하는 모습을 충분히 반영한 도시숲 조성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폐철도 부지 (1차 구간), 녹색 옷을 입고 주민들을 만나다!
현재 유성여고 앞~안포건널목의 2.3km의 1차 구간은 모두 사업이 완료가 된 모습이다. 폐철도 부지는 녹색 옷을 입고 주민참여의 숲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수목 헌수운동’을 통해 소나무를 비롯한 11종 6,465그루의 조경 수목을 기증받는 등 도심 속 녹지공간 확보는 물론 60억 원 이상의 예산절감의 효과를 얻었다. 특히 53만 주민이 내 나무 갖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폐철도 부지 내 4,800여 그루의 나무가 늘어선 산책로가 생겨 “집 앞 내 정원”이자 도심 속 허파의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또한 포항 도심의 대표적인 흉물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우현동 미군 유류저장고에서 신흥동 안포건널목까지 고철덩어리로 있던 폐철도는 걷고 싶은 길로 변신하였다. 폐철도가 걷어진 자리에 자전거도로, 실개천, 폭포 등 이용하고 싶은 도시 숲으로 새 단장하였으며 주민들의 정서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였다.
이외에도 폐철도 부지에 임신육아용품 알뜰 나눔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는 등 도시숲이 프리마켓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마다 재능기부, 핸드메이드 제품 판매 등 프리마켓도 함께 열리면서 20~30대 미즈맘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폐철도 부지(2차 구간), 주민들의 손으로 디자인하고, 꿈의 도시숲을 그리다!
구포항역부터 효자역으로 이어지는 4.4km의 2차 구간은 현재 사업추진 중에 있다. 이 구역은 현재의 구간보다도 더욱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폐철도 부지의 거주 중인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이미 4회 실시하였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주민들이 직접 디자인한 도시숲 키워드를 살펴보면 1차 구간이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한 공간을 요구하고 있었고 주변토지와의 지형차로 인한 통행불편을 개선해 달라는 직접적인 요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주차장의 부족으로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차장의 확보도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폐철도 도시숲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원도심 도시재생의 촉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폐철도 도시숲을 중심으로 유휴부지의 주변 상권 확장을 유도하고 지금까지 단절되어왔던 교통·동선체계를 물리적으로 연결하여 포항시 도심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단절된 공간이 역설적으로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때때로 이런 역설적인 순간에서 더 극적인 변화가 탄생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포항시의 폐철도 부지가 극적인 변신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