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준
온 마을이 학교인 행복도시
오산 지역공동체가 함께하는 마을 속 배움터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건강하게 무사히 자라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이웃, 마을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한 아이의 보육, 교육에는 마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이지만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마을이 한 뜻이 되어 아이의 성장을 도왔던 기억이 남아있다. 마을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지켜보고 때에 따라서는 훈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마을의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다. 마을 단위의 생활구조는 아파트나 단지위주의 단위로 재편성되었으며 개인주의의 심화로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생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렇다보니 한 아이를 교육하는 일은 공교육, 사교육의 몫으로 변했다. 그나마 아파트의 경우 부녀회나 아파트 단지 끼리의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해 교육의 정보를 교류하고 아이의 성장에 관심을 갖지만 이는 과거의 역할에 비해 굉장히 협소해진 측면이 강하다. 과거의 마을의 역할이 다양한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면 현재는 학업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한가. 과거에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는 아닌가하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개인, 한 가정의 힘으로만은 교육을 온전히 책임지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최근 지적되고 있는 교육불평등의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 해소하긴 힘들다. 지역, 소득 등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교육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해소해야할 공교육마저도 최근 ‘공교육의 정상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릴 만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한가에 대한 작은 대답이 바로 이런 이유들이다.
경기도 오산시도 이런 문제들이 산적해있던 곳이었다. 오산시(烏山市)는 경기도 남부에 있는 시이다. 1989년 오산읍이 시로 승격하면서 화성군에서 분리되었다. 대도시와 인접해있으면서도 인구 21만 명으로 작은 인구의 소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젊은 도시이기도 한데 경기도 인구의 평균연령이 38세인 것에 비해 오산시는 34.4세로 젊은 인구가 많은 도시다. 인구의 39%가 30~40대로 젊고 활기찬 도시다. 그러나 시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했었고 시설비 지원 중심의 교육지원정책 탓에 교육 인프라의 부족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또한 대도시와 접하고 있어 오히려 인근 대도시로 교육을 위해 이동하는 인구가 굉장히 많았다.
민선6기 곽상욱 오산시장의 공약인 ‘지역공동체가 함께하는 새로운 교육 문화’는 이러한 문제에서 출발했다. 왜 지역공동체와 함께여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의 답을 오산시는 교육은 학교만의 일도, 지역사회만의 일도, 시청만의 일도 아닌 지역 모두의 몫이라 했다. 세부적으로 오산시는 새로운 교육문화의 창조를 위해 학부모가 교사가 되고, 오산시 전역이 학교가 되는 ‘온마을 학교’를 제안했다. 2010년 10월 교육협력과를 신설한데 이어 조례개정을 통해 교육경비 상한선을 폐지하고 2011년 7월 혁신교육 지원센터를 새롭게 설립하여 새로운 교육 문화 조성의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공부하는 학부모
오산시는 다양한 주제의 학부모 스터디를 운영하여 차별화되고 특화된 오산만의 학부모 학습시스템을 마련하였다. 학부모의 공교육 기여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사회의 재능기부와의 연계를 고민한 결과였다. 2011년 13개, 130명이었던 학부모 스터디는 점차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 2016년에는 45개 325명으로 증가하였다. ‘전래놀이’, ‘사회적 경제’, ‘동화구연’, ‘인성’, ‘토론 심판’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로 운영되는 학부모 스터디는 크게 2종류로 구분된다. 한 종류는 일반적인 순수 스터디로 학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자아개발을 위한 일반적인 모임이다. 나머지 한 종류는 재능기부 스터디로 스터디 이후 시민참여학교 나누미 강사로 활동하게 되며 관내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독서토론지도, 성교육 역할극, 다문화 인식개선 등 공교육 교과 과정과 연계하여 학부모 수업을 진행하게 되며 지역사회 축제 지원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공동기획 등 학습 외에서도 다양한 참여를 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교육을 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다시 재능기부 활동을 함으로 선순환의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이후에도 오산시는 시민주도의 오산교육 및 행사 추진의 확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협력분과, 마을교육공동체분과, 평생학습분과, 운영위원회 등 분야별 시민회의를 통해 교육정책에 대한 시민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지역이 교육의 현장
오산은 ‘오산시민참여 탐방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오산시민참여 탐방학교는 오산의 문화, 역사, 환경, 생태, 행정 등 오산 전역이 교육의 현장이 되며, 모든 자원이 교과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체험 학습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산시의 학부모가 직접 교사로 활동하며 오산의 학생들이 오산을 바로 알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22개 탐방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내기관, 학교, 기업체 등 지역사회가 협조하여 운영되고 있다. 2016년 참여 학생의 누계가 101,715명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꿈찾기 멘토 스쿨’이 있다. 오산시의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위해 학교,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체험교육을 통해서 오산시민의 모두가 청소년의 멘토역할을 담당하겠다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와 연계된 지역사회 전문직업인 및 대학생이 진로 멘토링을 운영하며 대학 및 기업체, 개인사업장과 연계하여 직업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생은 자유학기제 현장학습을 위한 ‘미리내일학교’프로그램, 고등학생은 산·관·학 협력 프로그램인 ‘얼리버드 프로젝트(진로·진학)’을 운영하고 있다. 미리내일학교는 ‘미리 내(my) 일(job)을 들여다본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관내중학교 1학년이 100%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 부서가 참여하여 직업체험처를 발굴하고 관공서의 100%가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학생 이동을 택시로 하는 등 세세한 배려가 눈에 띈다. 이러한 지원들에는 오산시청만이 아니라 오산시 구성원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민주도 배움터 GOGO
오산시에는 시민의 재능 나눔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도서관인 ‘꿈두레도서관’이 있다. 전국 최초로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시민독서회가 중심이 되어 도서관의 어린이 자료실 및 도서관 앞 자연속 캠핑장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였고 현재의 시민참여 도서관 배움공동체로 발전하였다.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 흥미유발 프로그램,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활동 등을 운영하여 친구, 가족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독서, 도서관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갖게 하여 친근한 도서관을 조성해냈다. 또한 전국 최초의 독서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연속에서 캠핑과 독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시민이 주인인 열린도서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북페스티벌’도 있다. 시민이 계획단계부터 참여하는 북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독서회,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이 함께 참여하는 이 북페스티벌은 시민독서회와 자원봉사자 등 시민이 중심이 되어 더욱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오산시는 ‘키움 봉사회’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키움봉사회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도서관에서의 전반적인 운영 부분을 맡아 봉사하며 시민이 중심인 도서관 운영의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마을이라는 단위마저 어색해져버린 지금 온 마을이 한 마음으로 아이의 교육에 신경을 쓰겠다는 오산시의 의지가 참 색다르게 들려온다. 이미 오산시의 이러한 교육정책은 24개 시군이 벤치마킹하였으며 다양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이미 대외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보다도 더욱 주목되는 것은 2010년 18만명이었던 인구는 2016년 21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오산의 미래에 대한 주민들의 희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오산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오산의 교육과 대한민구의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