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칼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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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이 광 재




구글이 선보인 ‘알파고’의 충격은 수많은 논쟁을 촉발시켰다. 예측불가능한 미래사회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볼 여지를 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보이는 인공지능 알파고에 홀로 분투하는 이세돌의 분전 모습은 큰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었다. 이에 반해 비슷한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선보인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는 911테러를 누가 일으켰는지에 대한 질문에 "망할 놈의 부시"라 답하고, 나치의 유대인 집단살해를 뜻하는 ‘홀로코스트’도 믿지 않는다고 말해 서비스 16시간만에 중단되었다. 이를 두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인공지능은 스스로 가치판단이나 주체적 사고가 여전히 불가능함을 명백히 보여주었다는 혹평을 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출연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리란 두려움과 인간의 사악한 면이 인공지능에 투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며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알파고형 인재인 암기력과 논리적 사고로 무장한 386세대의 종말을 고했다는 점이다. 그 어떤 저항으로도 레짐 트랜스포메이션(체제전환, regime transformation)을 막지 못한다는 실증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경험이 발목을 잡는 시대, 판을 엎어야 한다. 

판을 엎어야 한다. 경험이 발목을 잡는 시대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개발시대 압축성장과 권주의주에 항거하는 세대들의 엘리트 중심의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이성적 분석방법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세상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청년이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청년이 정책의 주요대상이 아닌 청년이 주도하는 정책으로 판을 바꿔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시대를 거치며 답이 분명한 시험이나 암기력으로 틀린 것들을 찾아내고, 그에 따른 집중과 선택에 재능을 보였던 알파고형 인간들은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고된 노동에서부터 해방을 줄기차게 꿈꾸었던 산업화, 민주화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DNA로는 코앞에 닥쳐온 ‘노동의 종말’이라는 경제학적 질문에 결코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레짐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청년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정책 집행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사고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필자는 올해 초, 청년들에게 말을 건네고자 ‘청년경제혁명선언’을 출간했다. 그 책을 통해 마음과 정신이 이미 늙어버린 기성세대임을 고백했고, 청년들에게 386이라 불리는 우리세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물었다. 다음 세대 주역인 청춘들의 꿈을 실현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진솔하게 물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한 386의 반성과 응원! 대한민국 경제의 반성'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청년 세대들을 위한 386 세대의 반성과 고민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청년경제를 구현을 위한 선언 및 실천 방안으로 '공공적 가치에 대해 사고하자. 사유와 공유가 공존하는 경제를 사고하자', '착한 삼성을 만들자. 착한 현대를 만들자' 등 7가지 강령을 제시해 보았다. 대한민국 전체의 판을 엎으라고 권고했고, 청년 대한민국을 말하고 싶었다. 그저 더 늦기 전에 청년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라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이슈에 소비되는 청년이 아닌 주인으로서의 청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 보았다. 하지만 386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여전히 청년들을 가르치려한다. 단군 이래 최초로 자식세대보다 더 배운 부모세대가 386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픈 고백이지만 알파고형 인재인 386세대가 주도하던 세대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억울하지만 정치적 민주화로써 386세대의 역사적 임무는 끝나가고 있다. 영국의 러다이트(Luddite), 기계파괴운동을 기억하는가? 당시 기성세대는 또 얼마나 슬프고 억울했겠는가? 역사란 그런 것이다. 인공지능의 출현은 인간노동의 전면적인 대체를 뜻한다. 무인자동차와 사무자동화 인공지능의 출연으로 인간들은 노동에서 배제되고,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들의 부의독점은 심화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기성세대의 DNA로는 빈부격차에 해소에 대한 답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었다. 청년들만이 옳은 답을 낼 수 있는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문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DNA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도서를 통해 청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필요조건이 아닌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청년세대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응과 빈부격차 해소 등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최소한 지금의 미래불확실성은 과거의 경험이 발목을 잡는 다는 점에서 볼 때 청년세대들이 더 해결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사고의 레짐 트랜스포메이션(체제전환, regime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


인구절벽과 기술혁명, 그리고 일본의 어두운 그림자 

청년들에게 질 좋은 고용을 제공하는 것에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인지 아닌지를 떠 나 더 이상 질 좋은 고용을 지속가능하게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고용을 제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인구절벽과 기술혁신으로 인한 혁명적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경제는 인구절벽과 고용추락(Jaws of the snake)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대한민국 인구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소멸국가 1호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경고한다. 2018년부터는 ‘인구절벽’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한다. 인구의 감소는 대량생산 대량 소비라는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일본의 경제불황은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을 예측 못한 기성세대의 정책적 실패라는 어두운 그림자기기도 하다. 일본은 장기화된 불황으로 인해 성장동력을 잃었다. 일본은 전후 의욕적이고 자기희생적이던 젊은이들과는 다르게, 요즘 젊은이들을 이기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니트족’, ‘프리터족’으로 부르거나, 하루하루를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사토리 세대라 부른다. 소비에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쓸 돈이 없어 달관하며 지낸다는 것인데, 더 깊숙이 들어다보면 피해갈 수 없는, 경제학자 Jared Berstein이 경고한 생산성과 고용율 간격이 점차 벌어지는 비동조화(decoulping), 고용추락(Jaws of the snake)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던 정책적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른데, 우리가 경험했던 18세기 산업혁명과는 그 폭과 깊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르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과거 경험을 통해 인류가 축적한 DNA는 아직도 바뀐 것이 없는데,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기에 DNA와 문명의 충돌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요즘 들어 일본의 청년고용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 중단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청년고용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제공되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외국청년들에게까지 질 좋은 고용이라는 달콤한 손짓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와 같은 현상은 일시적이라는 점이다. 인구폭발과 대량생산이 필요했던 시대의 DNA로는 도저히 이해 못할 세상이 시시각각 유령처럼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앙시앵레짐ancien regime의 붕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가능할까? 

요즘 들어 독일의 선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남유럽정부는 초고령화 사회 도래에 따른 재정위기 때 청년복지를 가장 먼저 줄였는데 반해, 독일은 청년에게 투자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는 점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복지를 비용이 아니고 투자로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독일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다만, 결코 대치할 수 없는 유일한 자원인 청년들에게 투자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독일은 청년들에게 실업부조와 무상등록금, 주거비 지원, 생활자금 지원 등을 실시했다. 그리고 수익이 확실하고 효율이 높은 투자로 확인되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독일의 볼프스부르크 시는 노사대타협을 통해 지역실업자와 청년취업예정자 5천명을 신규채용하고 최소 5천마르크의 소득을 보장했다. 이와 같은 일들이 한국사회에서 가능할까? 확실하고 효율 높은 투자로 확인 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독일과는 오래된 역사와 경제시스템이 모두 다르다. 독일은 길드체제가 바탕이 되어 경제시스템이 구성되었다. 이에 반해 우리경제는 유일한 자원인 인적자본에 집중되어 있고, IMF를 겪으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재벌대기업과 공무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재벌대기업이 경제불황이 시작되면 직원을 대량해고하거나 임금을 낮추고 청년들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 있다. 내수시장이나 기술기반에 의한 경제가 아니기에 생산성 높은 기술자를 확보해야 할 이유보다는 외부 충격에 의한 기민한 반응성이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는 독일과 같은 청년복지에 대한 투자보다는 청년들의 경제혁명을 촉진시키는 것이 정책의 요체일 수 있다. 회북(淮北)의 탱자를 회남(淮南)에 심으면 귤이 되는 지화위귤(枳化爲橘)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21세기 지방정부, 청년정책 플랫폼(platform)을 준비하자. 

구글이 선보인 ‘알파고’가 여전히 넘지 못하는 것은 이성보다는 인간 고유의 유대감에 의한 감성이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 혹은 젊은 인재를 지원하는 정책 또한 이성적 알파고형 인간이 아닌 인간다움이 넘치는 청년이다. 프랑스 혁명은 앙시앵레짐ancien regime을 붕괴 시켰고, 산업혁명의 기술적 변화는 기계를 이용한 상품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소빙기’라고 언급 되는 1550~1850년 사이의 도전과 응전의 자세에 따라 기회와 풍요가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영국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석탄을 적절히 이용했고, 프랑스는 시민들의 불만을 조직화하여 시민혁명을 이루어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쉽지 않겠지만 21세기 청년들을 위해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은 레짐 트랜스포메이션(regime transformation) 선언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년들을 퓨처리스트(Futurist)로 대우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청년정책을 주도하려 하지 말고 판을 엎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청년들의 상상력과 혁명적 도전정신을 견인하기 위한 청년정책 플랫폼(platform) 구축이 지방정부의 핵심역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사회가 가진 유일한 자원은 인적자원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인적자원조차 반 토막이 날 것이다. 구시대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볼품없는 인재로 전락해 버렸고, 청년들에게 모든 기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경제 중에는 사회적 경제영역이 될 것이다. 핀테크 기술 발달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은행에도 청년들의 영역이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청년경제 네트워크’ 조직과 ‘청년경제포럼’ 개최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의 경험을 충분히 이용하여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창의적 기술에 의한 좋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경제에 도전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한 자들의 실패한 경험을 배우도록 조언하는 수준에서 머무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옥스퍼드 마틴시쿨 발표에 의하면 2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이 텔레마케터, 시계수선공, 스포츠 심판, 회계사, 택시기사, 프로그래머, 경제학자, 판사라고 한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업이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이해하는 기성세대나 공공부분에서 이와 같은 예측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청년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맡겨야 한다. 다만, 지방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금이 투입되는 곳은 그에 따른 의무가 필수라는 것이 공공정책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정책에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이 함께 가야 한다. 공공적 가치에 대해 사고하도록 하고, 시장경제와 공유경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주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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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방의원들만 모르는 네 가지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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