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 스토리
총선 D-15, 각 정당 ‘공약예산표’ 작성 시급
구체적 재원조달방안 없는 정책공약집은 희망모음집에 불과
4년간 국민을 대신해 대한민국을 운영할 ‘대리자’들을 선택하는 20대 총선이 벌써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던 각 정당들은 계파갈등과 파행적 공천심사로 국민에게 신뢰와 진심을 보여주기는커녕 분노와 의문만을 제공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28일에서야 공천을 확정하고 부랴부랴 선대위 체제로 들어섰다.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경제’를 핵심키워드로 내세우며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홍보에 뛰어들었다.
새누리당은 정책공약집에서 5대개혁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말하면서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핵심으로 하는 ‘777플랜’ 공약으로 지금까지의 선거와는 달리 경제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히고자 한다. 국민의당도 정책공약집 1면을 경제로 장식할 만큼 경제 활성화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각종 갈등으로 공천과정 내내 시끄러웠던 정당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힘들다. ‘자기들의 당선을 위해서만 노력한다’, ‘뒤에서 숨어 자신들을 조종하는 권력자에게만 충성한다’는 국민들의 뼈있는 말은 이미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실효성과 실현가능성이 충분한 공약의 전면화가 시급하다.
세 당의 정책공약집에는 모든 장밋빛 전망들이 그려져 있다. “청년 일자리 70만개를 만들겠습니다”, “흙수저 대물림을 막겠습니다”, “창조경제를 통한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등 많은 청년정책들이 공약전면으로 나와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그것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 또는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른바 ‘뽑아만 주면 무조건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식의 공약이 남발됐다. 정당들은 듣기 좋은 공약,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되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진짜’ 공약들을 내세워야 한다.
이 같은 공약을 증명하기 위해서 정치권이 반드시 제출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공약예산표’다. 공약예산표는 후보자와 정당이 내세운 공약들에 대해서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와 조달방법에 대해 스스로 꼼꼼히 따져보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조달방안조차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채, 보여주기 식으로만 정책을 실시한다면 국민들의 고통과 예산낭비는 반드시 생겨난다. 공약이 실제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정책으로 실시된 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얼마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계산 없이는 분명 제대로 된 실효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선거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야 공천이 확정된 바람에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들을 꼼꼼히 비교해보는데 사용할 시간을 상당부분 빼앗기게 되었다.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못한 채, 정당 내 갈등만이 부각된 20대 총선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감정과 이미지, 상대측 후보에 대한 비방으로 얼룩진 퇴행적 선거운동이 아니라 정직하게 ‘공약예산표’를 작성하고 유권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강진 매니페스토 대학생 SNS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