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 스토리
추계예술대학교 손미래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다. 한동안 지속되던 추위가 끝을 보이며 따사로운 햇살로 서서히 봄 기운이 맴돌고 있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은 새로운 시작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내일을 기약하는 새로운 희망의 계절이다. 그래서 봄은 내일의 꿈과 희망의 설렘을 선물한다.
사춘기 청소년시절, 어디로 갈지 방향을 못잡으며 방황했던 기억과 이미 정해져 있는 불리한 조건들에 좌절했던 경험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때 뒤에 쳐진 듯 했던 나는 지금 예술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음악가가 되길 꿈꾸고 있다. 사춘기 시절 좌절과 패배를 예술 활동으로 치유했고, 나의 정체성을 찾았으며, 일하기를 꿈꾸는 부활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암기력, 사고력, 기억력만이 재능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은 인생이라는 예술품을 만들어 가는 예술가 교육이며, 예술가의 길을 강요하거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느낌이 있는 예술가로 자라기를 바라는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고귀한 것만이 아닌 모든 것이 예술이고, 예술교육에서는 타자와의 소통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방황하던 청소년기를 지나며 예술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초부터 시작된 ‘쓰담쓰담 대학생 꿈지기 멘토링’ 프로그램이 2월 28일 성료되었다. 이번 대학생 멘토링은 경기일보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하고, 경기도와 교육청에서 주최하였다. 특히, 경기도내 소재 대학에 재학중이거나 경기도내에 거주중인 문예체 대학생들이 멘토링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스스로 하였다. 또한, 도내 대학생 300명이 멘토(꿈지기)로 참가하였으며, 도내 초중등 학생들과 1:1로 결연을 맺어 꿈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멘토링 활동을 진행하였다.
‘쓰담쓰담 대학생 꿈지기 멘토링’은 기획부터 달랐다. 도내 대학생들이 지역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며 ‘소울 멘토’로 나서겠다는 기획이었다. 지금은 더뎌도 괜찮고 꿈이 없다고 해도 괜찮다는 ‘토닥토닥 프로그램’에서 시작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이기 때문에 멘티들이 갖고 있는 그 꿈을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쓰담쓰담 프로그램’으로 마무리하였다.
처음에는 나 또한 ‘쓰담쓰담 대학생 꿈지기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많이 망설였다. 아직 스스로를 많이 어리고 철없다고 느끼기에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해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시작한 멘토링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만약 멘토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적잖이 후회 했을 정도였다. 멘티의 꿈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참여한 활동이었는데, 오히려 멘토인 내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 것 같다. 멘토와 멘티의 구분이 뚜렷하게 있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멘토링에 앞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예술가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처럼 세상을 바라보자’, ‘꿈이 없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등 살아가면서 큰 양분이 될만한 말씀을 정말 많이 들었고, 나의 멘티가 내가 준비해온 활동에 흥미를 느끼며 즐거워할 때는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다. 누군가 나로 인해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어떠한 감정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값지고 큰 경험인지 알게 되었다. 특히, 멘토링 프로그램이 예술가를 키워내는 재능교육처럼 표준화된 기술교육이 아닌, 미래의 예측 불가능한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서 더욱 좋았다.
나는 예술교육이 나를 작게 하는 고귀함으로 머무른다면 매우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너 이름이 뭐니? 이쁜 이름을 가지고 있구나!” 멘티와 첫 만남에서 가장 처음 나눴던 말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 건냈던 이야기는 “피카소 그림을 보고 별로 느낌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게 예술이야“였다. 예술은 나와 세상이 대화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을 보는 시선의 시점을 바꿔보고, 다양한 경험과 느낌을 멘티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마무리 활동에서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멘토에게 강아지가 되어서 가사와 곡을 써보고, 녹음실에서 직접 음원 파일로 만들어보기도 하였다.
멘토링 활동을 하며 배우고 느낀 점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 청소년들에게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라면 좋은 선생님을 만났을 때의 고점과 싫은 선생님을 만났을 때로 저점으로 나뉜다고 한다. 나는 멘티에게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그보다는 나와 짧은 시간을 함께 한 그 아이가 내가 부탁한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멘티들 모두가 험난한 예술가의 길을 걷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예술가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났던 스티브잡스는 예술을 사랑했던, 예술가처럼 살았던 기업가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외로워하는 청소년, 경제적 어려움이니 가정의 불화로 상처받은 청소년이 스스로 ‘내 삶의 창조자’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