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극 배우, 세월호 시민상주모임 지정남 씨
매니 스토리
예술인들에게는 봄·가을이 성수기다. 전국 곳곳에서 마당극 공연하느라 요즘, 정말 바쁘다. 무대 아닌 마당에서, 관객들이랑 같은 눈높이로 소통하는 것. 그 설렘 때문에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시민상주모임’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컸다. 320명 광주시민들과 함께 매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마을촛불을 켜고, 팽목항에서 미수습자를 기다리는 예술제를 함께 하고 있다.
올해 중2 아들이 용돈 모아 사준 족욕기, 큰 감동이었다. 나도 엄마니까. 세월호 유가족 엄마들을 보는 일이 그래서 가장 힘들었다. 행복한 가정이 큰 꿈이었던 소박한 사람들에게 국가는 정말 큰 죄를 저지른 거다. 광산구에서 산 지 5년. 여기에 눌러 앉으려고 한다. 이른바 딴따라들은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정착’에 의미 두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오래도록 함께 나이 먹어가고 싶은 동네다. 광산구가 지향하는 ‘공동체’가 피부로 느껴져서랄까.
옛 마을에서는 100살 할머니도 아이를 돌봤다. 누구나 역할을 갖고 존엄한 존재가 되는 곳? 광산구가 그런 곳이길 바란다. 좋은 배우, 잘 노는 배우가 내 소망인데 그러려면 객들의 삶을 잘 알아야 하지 않겠나. 내가 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유다. 특히 ‘어매’라는 단어를 화두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