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준
구례아이쿱협동조합
6차산업 체험 프로그램 운영
농촌지역을 젊은 도시로 변화하기 위한 도전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에서 동쪽으로 5.4km 떨어진 곳에 화엄사가 있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천년 고찰로 544년(백제 성왕22년) 인도에서 온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석조물을 제외하고 현재 남아 있는 전각들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에 세워진 것들이다. 전국의 사찰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거대한 증충 금당인 각황전으로 유명하며 이 각황전과 돌로 된 석등과 사자석탑, 불화 총 4점의 국보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지방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와 20여동의 부속 건물이 배치되어있다.
지리산 자락의 이 화엄사는 그야말로 보물창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보물을 소장했다. 그만큼 역사가 깊은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각황전과 세련된 조각이 아름다운 사사자 삼층석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기가 큰 각황전 앞 석등, 각황전 안의 영산회괘불탱 등 4점의 국보와 대웅전, 화엄석경, 동·서 오층석탑 등 4점의 보물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1040호로 지정된 올벚나무까지, 빛나는 문화유산을 간직한 천 년 고찰이다.
이러한 빛나는 문화유산을 간직한 화엄사가 있는 구례군은 다른 농촌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빛을 잃고 있었다. 인구수에 따라서 문화시설들과 콘텐츠들은 대도시에 집중되었고 농촌의 문화는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젊은 층의 유출과 지역 노령화로 사망률(1.24%)이 출산율(0.61%)을 초월하였으며 1970년 75000명이었던 인구는 201년 27000명으로 급감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례에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아이쿱 생협과 2011년 4월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전국 최대 규모의 친환경 식품 가공·유통단지인 구례자연드림파크를 조성하게 되었다. 공장이 아닌 6차 산업과 복합문화의 거점으로 조성하기로 협의하면서 구례의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하게 되었다. 이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소유와 운영을 초기부터 분리하였는데 문화사업과 지역 환원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협동조합에서 맡게 되었다.
구례아이쿱협동조합
구례아이쿱협동조합은 자연드림파크 단지의 시설 관리 및 제반 서비스 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되었다. 일자리 창출 만에 그쳤다면 현재와 같은 문화융성은 어려웠을 것이다. 구례의 문화 융성과 환원사업에도 초기부터 목적이 있었고 설립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농촌의 문화 융성을 주도했다.
작은영화관 개관·운영
구례군에서 영화를 보기위해서는 인근 순천이나 광주로 1시간씩 이동을 해야만 하는 불편을 안고 있었다. 구례군뿐만 아니라 작은 농촌도시에서 많은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기도 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은 71석 2개관 규모의 작은영화관을 개관하였다. 초기 적자를 감수한 시도였지만 현재는 흑자로 운영되는 등 전국으로 사례가 전파되고 있다. 특히 연간 5만명이 방문하고 있는데 이는 구례군 인구의 2배의 달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순천, 남원, 하동 등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찾는 명소로 성장하며 농촌의 문화양성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6차산업 체험 프로그램 운영
구례자연드림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공장이 아닌 조합원과 함께하는 6차산업의 생생한 현장으로 운영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구례군의 농촌체험과 관광지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피자, 쿠키, 소시지, 케이크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물락공방’이라는 체험관을 보면 미리 예약을 하고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쿠키, 피자, 소시지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외에도 오카리나, 컵만들기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6차산업의 선진지로서 떠오르고 있다. 동티모르 노동부장관, 중국 산동성 러닝시장 등이 방문한 바 있으며 이용객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단순한 공장이었다면 볼 수 없었을 모습이다.
농촌지역을 젊은 도시로 변화하기 위한 도전
구례군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청년문화의 부재였다. 청년층이 유출되고 유입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구례아이쿱생협이 생각한 방법들은 파격적이었다.
아이쿱생협이 생각한 방법 중 하나는 대도시 수준의 락밴드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구례를 청년문화의 거점 문화충전소로 성장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군단위 소도시에서 락을 주제로 한 콘서트를 개최한 사례가 최초일 정도로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단순한 소모적인 축제로 군의 예산만 투입하여 허투루 진행될 수도 있었지만 군례군이 주최하는 견우직녀 행사와 통합 개최하고 유로로 입장료를 받아 운영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했다. 2015년 락페스티벌은 유료 운영임에도 불구하고 4000명이 방문하는 등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매년 8월 정례 개최되게 되었다. 또한 지역민이 참여하는 지역나들이장터, 지역특산물 판매코너를 함께 운영하고 숙박과 연계되는 패키지 상품도 개발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농촌의 젊은이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키 위해 생각한 또 다른 방법은 공연무대와 전문 음향장비를 갖춘 정기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기획한 것이었다. 실제로 공연을 위해 2015년 자연드림파크 내에 비어락 하우스(PUB+공연무대)를 조성하였고 매회 만석을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취업 압박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게스트하우스를 개방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들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런 성공적인 성과에는 지자체와 협동조합의 상생•동반 성장하려는 노력이 숨겨져있다. 락페스티벌 행사의 경우 구례군 단독 소규모 행사를 협동조합 락 콘서트와 통합하여 전국행사로 발전시켰다. 작은 영화관의 경우 구례군 공직자와 기관장 등의 지역영화관 수시관람 및 지원하여 활성하는데 앞장섰다. 또한 도내 각종 행사를 유치하여 협동조합 프로그램이 현재와 같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쿱협동조합은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과 동반성장하고자 했다. 협동조합 소재지 인근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기금을 모금하여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와 협동조합이 함께 상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빛나는 보물창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화엄사가 위치한 구례군은 차츰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협동조합과 지자체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서 차츰 빛을 찾아가는 형색이다. 앞으로 지자체와 협동조합이 지금처럼 상생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화엄사의 문화유산만이 아닌 구례군만의 특색 있는 문화들이 자리를 잡고 대한민국 농촌 문화융성의 본거지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