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우수한 지역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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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최호진

 

 “전통문화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농촌의 가족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근대화를 넘어 사회적 경제 시대를 열고 있는 한국의 협동조합을 배우고 싶습니다.” 동티모르 노동부 장관 다코 스타가 구례자연드림파크를 방문한 후 한겨레신문(2015-04-22)에 실린 내용이다. 구례에 부는 자연드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구례는 북동쪽으로 넓은 지역에 지리산 자락이 있어 지세는 비교적 험악하지만, 그 덕에 1997년 구례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리산의 장엄한 산세는 화엄사, 연곡사 등 많은 사찰이 들어서는 바탕이 되었고 이 사찰에 소장되어 있는 수많은 문화재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사시사철 찾아오는 곳이다. 여기에 곡성과 하동까지 이어지는 시원한 섬진강 물줄기 또한 구례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자원이다. 이처럼 문화 자원과 자연 자원의 풍부함은 구례의 자랑이자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하나의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관광특구만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점점 많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침체된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고민으로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천혜 보물을 보존하며 기업과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구례군의 도전인 자연드림파크를 탄생시키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사라져가다, 그래도 아직 남은 것이 있으니

 구례군의 인구는 1965년 78,385명을 정점으로 2014년 말 27,170명으로 4배 가까이 감소했다. 사회 전체 문제인 저출산이 큰 요인이겠지만, 교육 및 취업 때문에 도회지로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들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없는, 사라져가는 농촌은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산세가 비교적 험악한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용방면, 광의면, 마산면 등의 일부 지역에만 평야로 분포되어 있다. 77%가 임야다 보니 기업유치에도 좋은 여건이 아니었다. 이는 3차 산업 위주의 불균형 산업구조를 이룰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또한, 농산물 유통에 있어서 관내의 자체 유통 구조가 열악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했다. 저출산으로 진입하면서 산부인과 병원도 함께 사라졌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다시 지역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제조업을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을 돕겠다는 취지로 무제한적으로 유치 기업 숫자를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가장 큰 자원인 청정환경을 보존해야 했고, 지역농산물 유통을 책임질 수 있는 친환경기업을 찾아야만 했다.

 산업화의 때가 묻지 않은 지리산과 섬진강 등 청정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고 최고 등급의 수질과 풍부한 공기음이온(수도권 200배) 등 쾌적한 생활환경을 갖추어져 있는 예로부터 상서롭고 실한 땅이 아니었던가. 하늘이 인간에게 준 선물을 헤치면서 지역의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 마는 격이 될 것이다. 그 선물의 소중한 가치들이 있기에 구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다시 지역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구례군과 아이쿱의 만남

 구례는 청정자연 보존과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는 상생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 가공유통 전문 기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군의회 협력강화, 밀착형 투자유치,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3대 기본원칙으로 단계별 유치전략을 강화했다.

 기업유치를 위해 우선 기업이 들어설 입지와 기업을 유치할 조직이 필요했다. 군에서는 144,009㎡ 규모의 농공단지를 조성하였고, 투자 유치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조례를 정비했다. 이후 구례군과 군의회는 아이쿱 본사를 여러 차례 방문해 구례만의 장점을 강조하고 행정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약속하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마침내 농공단지 전체면적을 아이쿱 생협에 분양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한다.

 

구례자연드림파크 탄생

 투자협약 이후 구례군과 아이쿱생협은 새롭게 조성한 산업단지를 가공과 유통, 체험을 접목한 6차 산업화를 모델로 정하고 2011년 10월부터 용방면 일원에 구례자연드림파크를 조성했다. 87,926㎡ 부지에 639억 원을 투자해 15개 기업, 19개 공장(방)을 입주할 계획으로, 2014년 4월 4일 그랜드 오픈하여 가동에 들어갔다.

 자연드림파크는 현재 가공식품 생산과 물류시설로 13개 기업, 16개 공방이 가동 중이다. 생활·문화 공간으로 영화관,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휴센터, 휘트니스센터, 체험공방, 비어락카페 등의 다양한 지원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2014년 한해 366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으며, 공장이라는 용어 대신에 공방으로 표현해 친환경적인 의미를 살리고 있다.

 시·군에서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체는 기업의 이익창출만을 극대화하기에, 주변 지역민을 위한 효과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하지만 구례 자연드림파크는 기업이익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사회적기업의 롤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4년 4월 오픈한지 9개월 만에 정계, 학계, 관광객 등을 포함 5만 7천명이 방문할 만큼 지역의 명소가 되었으며, 지금도 방문객이 쇄도하고 있다.

 자연드림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은 6차 산업의 모범사례로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방문해 극찬한 바 있으며, 중국 러닝시 등 해외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돌아온 청년, 호혜와 연대를 품다

 자연드림파크 조성으로 지역민 324명, 다문화가정 출신 30명으로, 총 384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결혼이주여성인 다문화가정 출신 직원들은 지역주민 324명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 직원 모두는 학벌, 성별, 국적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37세다. 젊은이들이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마을에 활력을 되찾아주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직원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최저임금 5,580원 보다 높은 7,000원의 시급을 책정하고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드림파크 2단지가 정상화되는 2020년에는 일자리가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책임, 지역 환원 톡톡히

 자연드림은 구례뿐만 아니라 인근 순천, 남원, 하동 등에서 친환경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을 유통하고 있다. 자연드림이 없을 때 지역농민들은 낮은 가격에 대도시 도매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일한 만큼 농가소득이 보장되지 않았었다. 2013년도에 자연드림에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인 APC가 건립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을 제값 받고 납품하고 있다. 앞으로 2020년에는 지역 생산 친환경농산물 전량을 유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과후 교실, 장학금 지원 등 꾸준한 장학사업 결과 인근 초등학생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또한 구례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을 매년 채용하고 있으며, 어려운 이웃돕기 등 복지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금년 1월에는 자연드림의 통 큰 지원으로 사라졌던 산부인과 병원을 다시 개원됐으며, 앞으로 계속 지원을 약속했다. 이처럼 사회공익사업을 통해 따뜻한 나눔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구례군의 수입도 늘었다. 자연드림운영으로 20%의 지방세 수입이 늘어나면서 열악한 군 재정 확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마을로 탈바꿈

 즐거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자연드림시네마’ 영화관을 개관해 영화관람을 위해 인근 도시로 가야 하는 불편이 해결됐다. 2개 관, 71석을 갖춘 영화관은 365일 개관한다. 개관 7개월 만에 27,404명이 이 영화관을 찾았다. 구례는 물론 인근 남원시에서도 영화관람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적자를 감수한 시도였지만, 개봉작 상영으로 인근 대도시에서도 찾는 명소가 되어 현재는 흑자로 운영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비어락하우스도 개관했다. 비어락하우스는 수제맥주공방과 인디밴드의 락 공연을 결합한 문화공간으로 젊은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문 음향 장비를 갖추고 있고 매월 인디밴드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업의 이익보다 지역주민의 행복을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했다. 사회적 기업의 좋은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드림파크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자연드림파크 인근에 5만 7천㎡ 규모의 2단지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조합원과 임직원의 구례정착을 돕기 위해 주거단지를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단지 인근에 전국 최고의 유기농 식품특화 가공 친환경 채소단지를 조성하는 등 한 단계 도약의 꿈은 계속된다.

 유학자로 유명한 남명 조식 선생은 일찍이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 어디 그뿐이겠는가. 그 붉은 지리산을 잉태한 봄의 정령은 얼마나 싱그럽고 새롭겠는가. 자연드림파크는 이처럼 푸르고 붉은 자연을 닮았다. 국적, 성, 지역, 아이템 등 다양한 색깔을 갖고 새롭게, 열정적으로 삶을 가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자락은 지금 자연드림파크 열기에 빠져있다.

 

 

 인터뷰_서기동 구례군수

 

 문 ─ 사회적 경제의 의미는 무엇이며, 특히 구례군에 적합한 사회적 경제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답 ─ 사회적 경제는 기업 즉, 자본의 이익보다 공익실현을 목적으로 사람과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신뢰, 소통, 참여, 협력, 나눔, 배려 등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합니다. 보통 사회적 경제 모델로 언급되는 것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인데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사회적 파급효과가 미흡한 한계가 있습니다. 구례군이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모델은 우리 지역과 궁합이 맞는 기업을 유치해 지역사회 전반과 상생협력사업을 넓혀가고 궁극적으로 기업도 잘되고 농업, 관광, 문화 등 지역사회 전반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모델입니다.

 

 문 ─ 구례자연드림 탄생 배경은 무엇이며, 아이쿱과 협력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 답 ─ 구례군은 농업과 관광산업이 96%를 차지하고 제조업 비중은 매우 열악한 불균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유치는 절실하지만, 기업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할 수 없는 구례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했습니다. 구례군의 가장 큰 자원인 지리산과 섬진강의 청정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지역농산물을 책임 유통할 수 있는 친환경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고, 전국 최고의 친환경 식품 가공단지를 계획하고 있는 아이쿱과 이러한 점에서 공감하여 구례자연드림 파크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치과정에서 구례군의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이 있었고 이러한 점이 아이쿱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 문 ─ 농민과 소비자의 상생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 답 ─ 구례에 자연드림파크가 조성되기 이전 고정적인 납품처가 없던 구례 농민들은 대도시 공판장에 헐값에 농산물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연드림파크가 구례에 조성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친환경으로만 재배한다면 아이쿱에 전량 납품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입니다. 현재 구례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친환경 농산물은 아이쿱에서 정한 친환경 인증기준을 충족한다면 제값을 받고 납품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품질만 좋다면 제값 받고 납품할 수 있게 된 것이죠.

 

 문 ─ 젊은이들의 고용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청년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답 ─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들어서기 전에는 청년들이 일할 곳이 없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례자연드림파크가 조성되면서 400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고 외지로 나갔던 청년이 되돌아와 모처럼 지역에 젊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구례자연과학고등학교 등 관내 거주 학생들에게 우선 취업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어,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직장 때문에 고향을 등지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잠겨있습니다. 특히, 정부 기준보다 높은 7천 원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후생복지도 매우 좋아 근로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2020년에는 일자리가 1,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일자리를 찾아 청년이 구례로 돌아오는 기쁨도 예상됩니다.

 

 문 ─ 전반적인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답 ─ 구례자연드림파크는 기업이익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사회적기업의 롤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2014년 4월 오픈한지 9개월 만에 정계, 학계, 관광객 등을 포함 5만 7천 명이 방문할 만큼 지역의 명소가 되었으며, 지금도 방문객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성하고 있는 자연드림파크 2단지와 단지 내 고급 호텔이 준공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연드림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은 6차 산업의 모범사례로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님이 방문해 극찬한 바 있으며, 중국 러닝시 등 해외에서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자리와 농업분야 외에도 외국어 교육 등 지역 교육환경 개선 사업과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산부인과 운영비 지원 등 지역 환원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구례자연드림시네마와 비어락하우스를 통한 군민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 지방세 수입 20% 증대 등 지역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운영상의 문제점이라면 구례자연드림파크가 필요로 하는 인력과 친환경 농산물 수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우리밀의 경우 구례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납품받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군에서는 앞으로 아이쿱과의 긴밀한 논의를 통해 아이쿱에서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집중 생산하는 농업시스템을 갖출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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