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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이익과 선호는 자유롭게 표출된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 또한 자연스럽다.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억압과 배제되어야 할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적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합당하게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주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약속, 관계와 소통에서 시작합니다.“ 강서구는 효과적인 소통의 제1원칙으로 상대방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듣는 경청을 제시한다. 중요한 지적이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특권을 가진 소수 몇몇의 의견에 쏠리는 것이 아닌 그 동안 배제되었다 수많은 평범한 주민들의 의견들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제도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강서구는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강서구를 포함한 몇 곳 안 되는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주민배심원제 운영은 주목해볼만 하다.
낯섦과 마주하다-주민배심원제
주민배심원제. 심의민주주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시민참여제도 가운데 하나다. 시민의회, 시민배심원제, 공론조사 등 다양한 형태로 불린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제안한 주민참여제도는 심의 민주주의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회의 명칭은 주민배심원단, 시민공약평가단 등으로 다양하게 쓰고 있다.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숙의민주주의, 토의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보완으로 제시된 개념이다. 시민들이 공공사안에 대해 직접 심의과정에 참여하고 개인들의 선호를 변화시키면서 공론을 형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참여자의 대표성, 참여기회의 평등성, 학습과 토론 과정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이는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고 의사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참여자의 대표성과 참여기회의 평등성은 참여자의 선발 과정에서 확보된다. 바로 인구비례에 따른 무작위 표집 방식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지역, 성, 연령은 인구대표성을 갖추기 위한 기본 항목이 된다. 더 세밀하게 한다면 학력, 계층, 이념 성향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다. 합리적이고 합당한 의사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과 토론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즉흥적이고 피상적인 여론을 확인하는 여론조사와 대치된다. 학습과 토론과정 속에서도 다양한 규칙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이익과 선호들이 표출되는 공간에서 참여자 모두가 균등하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고 소수의 의견이라도 해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상호 조율하고 집단적 의사결정을 형성해 나간다.
강서구는 이처럼 한국사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주민참여제도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지역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주민들이 직접 공약 평가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 도입했다. 과거 소수의 전문가 위주의 공약평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공약 이행의 절차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강서구 배심원단 활동 사진>
강서구의 심의 내용은 민선 6기 공약사업 중 조정이 필요한 19개 사업의 조정사항에 대한 적정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우선 강서구민의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 지역(동), 성, 연령별 무작위로 47명을 선발했다. 1차적으로 ARS를 통해 참여의사를 밝힌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실시했다.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위해 단체장과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정당의 주요당직자 및 공무원은 선발대상에서 제외했다. 2015년 5월에서 6월까지 총 3회에 걸쳐 학습과 토의과정을 거쳤다. 1차 회의는 배심원제 및 공약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했고 2차는 심의안건에 대한 설명회 및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3차 본회의는 심의 안건에 대한 분임별 토의와 전체 토의를 거쳐 투표로써 최종 조정 내용에 대한 승인여부를 결정했다. 배심원제 운영 과정 및 결과, 그리고 주민의견에 대한 지자체 수용여부는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었다.
참여자들의 활동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대체로 지역과 구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타인의 의견에 대한 경청과 배려를 배울 수 있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내 자신이 잘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구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일면식도 없던 구민들과 다양한 대화를 하고, 구정에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어요.“
“현장조사 다니다보니 강서구를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제도로 국민참여재판이 있다. 하지만 행정이나 정책평가 및 결정 과정에서 심의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적 경험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경험의 부재에 따른 배심원제에 대한 공직사회의 불신과 오해는 자연스럽게 예견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고 담당자는 말한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공약사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공약정책에 대한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공약사업과 구정에 대해 속속들이 잘 파악하고 있었고, 설사 알지 못했다 하더라고 공약설명회를 통해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좋은 의견을 많이 개진한 점에서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을을 그리다
강서구는 강서발전의 핵심이 되는 마곡지구 개발 추진에 따른 강서의 위상변화가 가속화되는 출발점에 있다.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적절한 대응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발전계획이 필요했다. 또한 <2030서울플랜> 추진에 따른 구차원의 종합계획 또한 필요한 시점이었다. 2030강서중장기발전계획은 2014년에서 2030년까지 17년간을 시간적 범위로 하여 도시공간, 환경안전, 문화교육, 지역경제, 복지의료, 자치행정행정 등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최상위 기본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장기적 안목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주민과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무엇보다 현실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강서구는 2030강서발전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주민이 공감하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우선 2013년 2월, 부서별 장기계획을 수립하여 행정환경을 분석하고 문제점과 과제, 발전방향을 도출하였다. 같은 해 3월부터 12월까지는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중장기발전계획 TF를 운영하여 종합계획 초안을 작성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 1월부터 7월까지 종합계획 초안에 대한 보고회, 주민 의견수렴, 주민제안 공모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주민의견조사로는 생활권여가문화실태조사(’13. 5.), 2030 강서구 미래제안 공모전(’13. 7. ~ 8.), 강서구사회조사(’13. 9. ~ 11.) 등 3단계의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는 6천명에 이르는 구민이 참여했다고 한다. 주민의견 수렴을 끝으로 7월에 최종 2030중장기발전계획을 발간하고 구정(공약사업)에 반영했다.
2030서울플랜의 실행계획인 생활권계획의 수립과정에도 주민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다. 2014년 9월에서 2015년 12월까지 6개의 지역생활권을 중심으로 200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지역생활권별로 2차례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지자체의 일방적 방향 제시가 아닌 생활권의 문제를 확인하고 현황파악, 원인분석, 대안창출 등을 중점에 두고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토록 유도했다.
마을을 가꾸다
마을을 가꾸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는 주민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마을사업을 제안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사후 관리 등 전 과정을 주민들이 주도했다. 주민의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행정의 개입은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했다. 생활환경 개선, 주민공동체 형성 및 복원사업, 공동체 기록 등으로 지원의 범위로 잡았고 마을리더 아카데미와 직원․통장․자치위원 마을공동체 교육 등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가운데 ‘우리동네 진료 주치의 강서키다리 아저씨‘는 청년들의 욕구를 반영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진로상담을 위한 마을공동체를 목적으로 실질적인 진로교육은 마을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직업상담사, 청소년상담사 등 전문상담사 31명의 재능기부로 지역청소년의 진로와 직업상담, 직업직무체험, 진로주치의 양성, 진로교육컨텐츠 개발 등을 진행하였다.
그 외 허준축제, 강서까치나눔장터를 통해서도 주민간의 소통, 주민과 행정간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축제의 기획과 실행, 생산과 소비과정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졌고 강서까치나눔장터는 주민의 아이디어를 통해 개장되어 서남권 최고의 재활용장터로 정착되고 있다.
변화는 내부로부터
구청장이 직접 참여하는 소통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현장 방문은 기본일 것이다 구민의 삶의 현장, 갈등 현장을 찾아가 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마곡지구 개발과 관련하여 공무원, 시의원, 국회의원, SH공사, 주민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수차례의 정책토론회와 현장민원실을 진행했다. 구청장과의 수요데이트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구민이면 누구나 신청가능하다. 웹상에서도 열린 공간을 통한 쌍방향 소통 창구가 열려있다. 공약사업, 구청장 동정, 참여마당을 통해 구정의 활동들을 살펴볼 수 있고 주민 민원도 제안할 수 있다.
행정에서 소통은 주민과의 소통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소통의 힘을 키워야 밖에서도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격한 위계질서 문화가 존재하는 공직사회에서 쌍방향의 수평적 소통은 쉽지 않다. 이에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매월 셋째주 월요일 9시면 구청장, 각국장, 과장, 동장, 주무관,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발전과 관련한 주제발제, 자유로운 의견 교환 및 토론, 주민의견 청취가 이루어진다.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연주회, 시낭송 등 문화 행사도 함께 한다. 토론과 공연이 결합된 강서만의 새로운 행정문화인 것이다.
과중한 업무처리와 스트레스는 타인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유연하고 안정된 몸과 정신이 있어야 타인의 의견에 조금 더 경청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며 말 한마디도 따듯하게 건넬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한 힐링교육도 제공한다.
강서구의 소통을 위한 행보는 다양하다. 특히 주민배심원제 운영은 획기적이다. 누차 꺼내는 얘기지만, 주민배심원제는 지금까지 행정환경에서 쉽게 도전할 수 없었던 제도이다. 진행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있는 선택이었다. 공약평가, 어떻게 보면 단체장과 주민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공약의 주인은 주민이고, 그 약속을 지켜야할 책임은 당연히 단체장과 공무원에게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면식도 없는 주민들과의 대면, 그 낯섦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담당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배심원제에 참여한 주민들의 열의는 감동 그 자체였다. 더 많은 강서구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배심원제 운영을 기대해 본다.
1. 주민소통과 관련하여 민선 6기에 들어서서 민선 5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효과적인 소통의 제1원칙은 상대방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듣는 경청에 있을 것입니다. 민선5기나 민선6기나 이러한 소통의 대원칙이 달라질 수는 없겠죠. 다만, 정보기술의 발달로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점 정도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구는 직접 대면을 통한 현장중심의 소통행정 뿐 아니라 웹의 열린공간의 활용을 활성화하여 언제, 어디서든 주민과 소통함으로써 모두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구정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선6기에는 적극적인 주민참여를 통하여 고도제한 완화, 서부광역철도 추진, 마곡지구도시개발사업, 의료관광특구사업 등 구의 미래를 변화시킬 핵심사업에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오고 있는 점이 주목할만 합니다.
2. 주민배심원단을 운영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공약사업 평가를 위하여 방식은 다르지만 다양한 주민참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약이행평가단“ 일 것입니다. 우리구도 2014년도까지는 공약이행평가단을 운영하였습니다. 하지만, 공약이행평가단은 일반주민의 참여기회가 제한되어 주민의 대표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주민은 공약을 매개로 맺어진 공적계약의 당사자입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가 계약의 변경이나 평가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구는 인구, 성별, 지역에 따라 무작위로 선발된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배심원단을 운영함으로써 공약이행평가단의 한계인 대표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3. 공직사회에는 주민배심원단 방식의 주민참여가 많이 생소하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했을 텐데요, 공직사회 내에서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일반 주민의 직접행정 참여는 민원배심원제, 국민참여재판제 등 행정의 많은 분야에서 도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약평가 과정에 일반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배심원단을 도입한 자치단체는 아직까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도일하게 되면 조직 내부에서 거부감과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우리구 내부에서도 배심원단을 도입하면서 주민들이 공약사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기도 하였으나 이는 지나친 기우였습니다. 배심원분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공약사업을 비롯한 구정에 대해 속속들이 잘 파악하고 계셨으며 배심원단 운영과정에서 우리 공무원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좋은 의견을 많이 개진하여 주셨습니다. 우리구는 주민들의 의견을 발전적으로 수용하여 공약사업의 이행률을 제고하여 구민이 행복한 “명품도시 강서“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4. 특히, 마곡지구 개발과 관련하여 많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갈등 사례들과 해결 노력에 대한 이야기(에피소드)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지속가능한 지식산업 그린시티를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입니다. 이런 대규모의 사업에는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이나 이견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갈등 해결사례 중에서 서부수도권의 교통허브로서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핵심적인 방화대로 전구간의 완전개통을 위한 군부대 이전과 관련된 갈등해결 사례가 특히 주목할만 합니다. 군부대 저촉구간은 총연장 5.8km의 방화대로 중 250m로 4%에 불과하지만 관련 당사자간 지속적 협의(‘99 ~ ‘12)에도 불구하고 핵심쟁점에 대한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15년간이나 갈등이 계속되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구는 당사자(국방부, 서울시, 강서구, SH공사)간의 끈질긴 협상을 통하여 2018년 군부대의 완전이전을 통한 방화대로의 전구간 개통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군부대 이전을 통한 방화대로의 완전개통은 지역의 균형발전 및 서부수도권 광역교통망 체계개선의 전기를 마련한 사례로 의의를 부여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