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지역자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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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변화 도약하는 경상북도 포항시

 

예로부터 강은 생명의 젖줄이라고 했다. 세계 4대 문명이 모두 강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일 강을 접한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접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강을 접한 인더스 문명, 황하와 접한 황하 문명을 보면 그 사실을 이해 할 수 있다.

 

세계 4대 문명처럼 먼 곳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에는 한강이 있다. 삼국시대의 전성기는 누가 한강의 중~하류를 차지했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한강 유역의 농업 생산력과 수운으로 인한 교통로의 확보 등 한강이 가지고 있는 이점이 컸기 때문이다. 호남평야의 젖줄로 불리는 금강도 있다. 금강은 백제시대에는 수도를 끼고 문화의 중심지를 이루었으며 일본에 문화를 전파하는 수로가 되기도 했다.

포항시와 경주시에도 생명이 태동하는 젖줄이 있다. 동해로 흐르는 강 중 가장 긴 강이며 신라시대에는 수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하천 중의 하나였던 형산강이 있다. 과거 형산강은 신라건국, 왕의 탄생, 부의 원천, 화랑과 연오랑 세오녀, 문화와 산업을 키워낸 강이었다. 역사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강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강이었다.

 

하지만 이런 강을 공유하는 두 도시 사이에는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포항과 경주는 과거 같은 ‘신라땅’으로 형산강이라는 강줄기를 공유하는 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시대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경주는 신라천년수도이자 성리학의 근원지로 자존심과 자부심을 지켜가며, 급격한 산업화 과정 없이 토착민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살아왔다.

 

이에 반면, 포항은 과거 어촌의 작은 도시였으나, 70~80년대 급속한 산업화과정을 거치며, 전체인구의 60~70%가 외지에서 유입되는 등 두 도시의 정서가 다소 이질적으로 변화되어 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포항사람들 사이에서 경주사람들은 “보수적이며 고리타분해서 답답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논리로 경주시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또 경주사람들은 “예의없는 포항과는 사돈도 맺지 않는다.”는 말처럼 경주는 역사문화 전통을 앞세워 포항을 대했고, 뿌리는 같으면서도 색깔이 전혀 다른 두 도시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형산강의 수질오염 문제로 두 도시 간 날 선 다툼이 시작된다. 본디 형산강은 본류인 53Km 중 63.6% 정도가 상류인 경주를 거쳐 하류인 포항으로 흘러 포항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경주시 강동면 소재 공장의 기름유출 사고로 상수원이 오염돼 취수중단 등 상수원 보호구역 인근 공장과 축사에 대한 정기적인 오폐수 배출 등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경주시와의 행정적 협조 미비와 시민공감대 부족으로 형산강을 경주시가 더럽힌다는 불만의 불씨를 키우는 계기가 된다. 과거 형산강을 공유하는 한 마을 이었던 두 도시가 형산강을 두고 갈등의 씨앗을 만든 것은 아이러니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민선 지자체 시행 이후 지자체간의 ‘따로따로 행정’은 중복투자와 예산낭비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지자체간 경쟁적으로 펼치는 유치전은 행정구역 중심의 불필요한 경쟁을 만들었다. 이러한 비효율 투자와 낭비를 막기 위해 양 도시 간 상생발전 방안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형산강’에 대한 창조적인 인식 전환은 ‘형산강 프로젝트’라는 상생의 꽃봉오리를 만들어냈다. 갈등의 원인이었던 형산강을 상극도시를 상생도시로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낸 것이다.

 

형산강 물길을 따라 포항시와 경주시는 도시 공동체의 새싹을 키워갔다. 지난 2월 포항-경주 양도시간 상생발전 협력교류회를 통해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이어서 3월 시의회간에도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 개최를 통해 형산강 프로젝트 추진을 지지했다.

 

이러한 상생 분위기 속에서 협력의 의미를 더 상기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올 3월 경주와 포항의 경계지점인 경주시 강동면 인계리 뒷산에 산불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행정 구역을 경계로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자세와는 사뭇 다르게, 포항시는 공무원과 헬기를 집중 투입하고, 소방헬기기장 등 산불진화에 동원된 경주시 공무원의 숙식문제 해결에도 포항시가 앞장서는 등 지자체를 넘나드는 협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포항시와 경주시의 협력은 상생의 새싹이 되었다.

 

동시에, 포항과 경주간의 민간 공동체도 동시에 꽃을 피워가고 있다. 먼저 포항과 경주의 80만 시민들이 형산강을 통해 한마음을 만들어가고 있다. 형산강 하류에 위치한 포항시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어린연어 115만 마리를 형산강 일원에 방류해 왔으나, 이번 형산강 프로젝트를 계기로 매년 경주시와 합동으로 방류행사를 추진키로 했다. 이에 지난 3월 양 도시에서 40여 개 시민단체와 초등학교 학생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여하여 더 뜻 깊은 행사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지난 3월 두 도시의 지식인과 전문가집단이 중심이 된 순수 민간기구인 ‘형산강 미래포럼’이 출범식을 갖고, 두 도시 간 공동발전 방안에 관한 포럼을 개최한 바 있으며, 형산강 전문가들의 만남 ‘상생발전 토론회’와 시민환경단체의 만남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형산강 프로젝트 추진의 시민공감대를 함께 만들어 주었다.

 

특히, 이러한 상생의 분위기 속에서 포항시 새마을회와 경주시 새마을회가 처음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한데 이어, 지난 10월 회원 6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형산강 상류일원에서 클린데이 행사를 가진 바 있으며, 포항-경주 여성지도자들도 함께 협력 워크숍을 갖는 등 이처럼 두 도시 간 우호적 만남을 장려하고 형산강 프로젝트 적극 동참과 민간단체간의 친선교류 활성화 등 민간 주도형 협력 분위기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형산강 프로젝트는 형산강을 따라 역사와 문화, 산업, 생태 개발을 통해 포항과 경주의 상생 미래창조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을 기본 토대로 한다. 지난 2014년 민선6기 출범과 함께 포항시는 경주시에 함께하는 상생발전 방안인 ‘형산강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며 양 도시 간 공감대속에서 경상북도에 공동사업을 추진계획으로 제출하였다.

 

그 후, 경상북도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포항시와 경주시가 공동 프로젝트 사업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포항·경주 행정협력협의회와 프로젝트 추진 실무협의회 등을 거쳐 7개 전략과제 40여개의 단위사업을 발굴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

 

우선 내년도 추진사업으로는 민원불편해소를 위한 형산강 상생 인도교 건설사업과 형산강 물길을 활용한 수상레저타운, 강변 생태체험학습장인 에코탐방로 조성과 형산 송도 솔밭 도시숲 조성 사업 등이 추진될 계획이다.

 

향후에는 수변공원화와 포항지역의 첨단과학 인프라를 활용한 형산 사이언스밸리, 형산강유역 호국역사를 기리는 형산강 호국벨트, 역사문화를 관광자원화 한 형산강 컬처트레일 등도 포항-경주시가 공동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많은 계획들이 포항시와 경주시의 협조가 필요해 보이는 만큼 꾸준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포항시는 혼자 빨리 가기보다는 함께 더 멀리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환동해 과학발전의 중심지라는 포항의 해양관광자원과 경주의 역사관광자원의 융합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민참여분위기의 조성을 위해 지자체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각종 회의와 행사시에는 민·관의 자율적인 참여를 높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협력 모델이야말로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분위기가 바탕이 되어야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지자체만 뜨거운 사업으로 진행되어서는 큰 의미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포항과 경주는 이제 함께 상생의 꽃씨를 뿌리고 키워 나가려고 한다. 과거 2천년의 ‘형산강’은 문화와 산업을 키워낸 강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미래 2천년 ‘형산강’은 화합의 물길로 만들어 내겠다고 한다. 생명의 젖줄로 불리는 강처럼 형산강을 통해 새로운 화합의 생명을 태동해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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