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2단계 로컬푸드,
3단계 통합 로컬굿스 공공경제 플랫폼 구축
비비정마을은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마을로 ‘비비정‘(飛飛亭)’이란 말은 이 마을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자에서 따온 말이다. 비비정 아래로는 한내(寒川)라 불리는 강인 삼례천이 유유히 흐르고 주변에는 호남평야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한내는 군산과 부안에서 오는 소금과 젓갈을 실은 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렸던 곳이며, 충무공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한 마지막 길목이었다. 완산8경 중 하나인 ‘비비낙안(飛飛落雁)’은 비비정에서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를 바라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선비들은 비비정에 올라 술을 마시고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이런 삼례읍은 사실 아픈 역사가 있다. 삼례읍에는 1920년대 지어진 삼례 양곡창고가 있었다. 이 양곡창고는 일제 강점기 완주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예술촌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위치한 삼례역을 거쳐 군산을 통해 일본으로 실어내기 전에 보관했던 쌀 창고였다. 만경평야가 있어 풍요로운 공간이었던 삼례읍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대상이 됐었다. 삼례 양곡 창고는 100년 가까지 자리를 지켜오다 전라선이 복선화되면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현재는 ‘삼례문화예술촌’이 되어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이 굴곡진 역사를 지니고 있는 완주군 삼례읍에는 젊은 나이에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함께 귀촌하여 문화예술협도조합 ‘씨앗’을 만든 김주영·이선영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귀촌자들과 함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청년중심으로 공예품, 공산품 등을 소소하게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김주영 대표는 완주군을 이렇게 말한다.
“완주군이 지역을 중심으로 로컬푸드를 성공시켰고 로컬푸드는 마을과 지역에 소소한 협동조합을 탄생시켰고 그 속에 문화 활동과 경제활동의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완주군은 모두가 풍요로운 농업·농촌, ‘農토피아 완주’를 만들겠다고 자신 있게 약속하고 있다. 로컬푸드 2단계와 로컬굿스(지역통합상품) 농업융성 정책을 목표로 귀농귀촌, 농촌체험, 농촌관광 등으로 6차 산업의 선도 지역으로 육성해내겠다는 계획이다. 유토피아(utopia)는 ‘ou(eu) 없는(좋은)’와 ‘toppos(장소)’의 합성어로 좋은 장소, 이상향을 뜻한다. 즉 ‘農토피아 완주’는 농업과 최고의 장소를 합하여 완주를 로컬푸드와 농업융성의 최고의 장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 로컬푸드 2단계
완주는 로컬푸드 단계적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농토피아 완주를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총 3단계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1단계는 과거로 농가 조직화 및 로컬푸드 판매장 운영의 시작으로 시도 단계를 보인다. 2단계는 현재로 안정된 직매장을 확대하고 우리 먹거리 학교 급식화 및 우리 먹거리 식당 운영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6차 산업화를 나타낸다.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미래 과제를 나타나며 1차 농산품 매장에서 1~3차와 6차 상품까지의 지역상품 판매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다. 먼저 살펴볼 단계는 로컬푸드 2단계이다.
주민참여형 협동조합, 공동체 등 기획 생산자 조직화
먼저 생산의 조직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및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로컬푸드의 성공 열쇠는 다양한 품목의 연중 공급을 위한 기획 생산 조직화가 핵심으로 기존 단일작목 생산 중심의 지역농업 구조를 다품목 소량 생산, 연중공급이 가능한 체계로 조직화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급선무였다. 행정, 운영 주체, 중간지원 조직 등 다양한 민관협력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추진했다. 신규생산자 교육과 로컬푸드 인증교육, 우수농산물 관리 제도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조직화의 기반을 다졌다. 소규모 가공 촉진을 위해서 완주군 자체 시책으로 마을회사를 육성하고 가공센터를 건립하기도 했다. 현재는 50개소에서 마을공동체 단위의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로컬푸드 가공센터도 2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2단계 로컬푸드 성공 스토리
완주군의 로컬푸드 대표적 사례로 전국 최초 1일 유통 직매장이 있다. 이 직매장의 운영체계는 생산농가는 갓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소포장, 가격결정, 진열 및 회수하고 농가들이 직접 소포장한 농산물에 가격 라벨을 부착하고 직매장에 진열했다. 매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확인하여 상품의 재고를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당일 미판매 물량은 농가가 직접 회수하여 폐기하거나 가공품에 활용하도록 했다. 재고관리의 중점을 두어 직거래의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또한 1주일 단위로 농협에서 농가에게 수수료를 제외하고 즉각 정산하고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하여 완주군 자체 로컬푸드 인증제를 시행하여 농가와 소비자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로컬푸드 체계를 만들어갔다.
또한 로컬푸드를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추진하였다. 학교급식 및 공공급식을 통해 로컬푸드 소비시장의 확대를 모색하였다. 이를 위해서 완주로컬푸드 통합지원센터를 준공하고 튼튼한 뿌리가 되어줄 완주로컬푸드 공공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하였다. 2015년 4월 82개교에 학교급식을 공급하기 시작하였으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겨레신문에서 아동정책 공약실천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완주군은 로컬푸드를 이용한 상품개발에도 도전하였다. 지역농산물의 소비 촉진과 먹거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추진되었던 로컬푸드 농가레스토랑은 현재 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기획생산 농가 계약재배와 직매장의 판매 잔량을 식재료로 확보하였으며 이를 통해 농촌 전통 먹거리를 상품화하고 소비자의 건강밥상이라는 테마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농가소득의 제고와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가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로컬푸드 6차 산업화도 주목해볼 만 하다. 6차 산업은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뜻한다. 로컬푸드 6차 산업은 로컬푸드를 이용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완주는 로컬푸드 여행,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만남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는 생산과 소비가 완전히 단절되어있는 현대사회에서 생산-소비간 사회적 거리를 축소시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로컬푸드 소비자 모니터단도 운영하였는데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맛, 품질, 친절도 등이 항시 유지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였다.
“믿고 사고 믿고 팔 수 있는” 법률, 인증, 시스템 제도화
완주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에 주목했다. 지속적인 관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서로의 신뢰가 확실해져야만 했다. 완주군은 자체 로컬푸드 인증제도를 실시했다. 먼저 유통단계별로 안정성 관리체계를 만들어 신뢰할 수 있는 로컬푸드를 조성했다. 3단계로 걸쳐 간이잔류농약검사를 하고 생산, 유통단계의 안전성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만약 3회 부적합 시에는 영구 퇴출하는 등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여 안전성 관리체계를 확립하였다. 또한 로컬푸드 통합인증시스템을 구축하였는데 인증 전담부서인 과학영농팀과 인증위원회를 운영하여 신뢰할 수 있는 인증제도를 만들었다.
시스템 구축 및 각종 조례 제·개정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0년 7월에는 민간주도의 영농조합법인인 ‘건강한 밥상’을 설립하였으며 2013년 4월 (재)온고을 로컬푸드 공공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2015년 1월에는 행정 내 로컬푸드 전담팀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또한 바탕이 되어줄 각종 조례를 제정하였는데 「완주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2010년 10월 제정하였으며 「완주군 로컬푸드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2012.12.27. 제정), 「완주군 로컬푸드 시설물 관리 및 운영 조례」(2013.6.13. 제정)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여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의 발판을 다졌다.
● 3단계 로컬굿스(지역상품) 플랫폼 구축
로컬푸드와 연계한 로컬굿스(공공경제) 프로젝트 추진
로컬굿스 3단계는 1차 농산품 매장에서 1~3차+6차 상품까지의 지역상품 판매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완주군 전체 주민이 협동조합+사회적경제 공동체 틀에서 움직이는 “통합 사회경제 모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완주군이 우선 주목한 것은 로컬푸드와 연계한 공공경제였다. 로컬푸드 직매장과 연계한 지역생산품 중심의 로컬경제마켓을 운영하여 농산물과 생산품, 공산품을 동시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의 사회적경제와 소상공인 중소제조업을 보호 및 육성했다. 이는 연대와 협동에 기반을 두어 현식적인 지역순환경제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최근 완주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공공경제 플랫폼이다. 협동조합과 공동체, 소상공인, 사회적기업 등의 통합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유통전문 회사인 공공경제 플랫폼을 구축하여 사회적경제조직과 중소점포, 영세 제조업과는 생산 조직화와 상품정보를 교류할 계획이며 완주군민, 전주시민, 완주 공공기관과는 소비의 조직화와 구매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 중심에는 커뮤니티를 통한 신뢰구축을 목표로 하는 공공경제 플랫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