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준
복지사각지대 주민에게 민간자원 활용 맞춤형 복지
동대문구의 사업 ‘동 희망복지위원회’
3년 6개월간 약 40억 원의 복지자원을 확충
‘고독사(孤獨死)’
고독사(孤獨死)는 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돌발적인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가족, 친척, 사회에서 격리되어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어서 대부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에서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고령화, 핵가족화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독사.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나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로, 2011년부터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다. 최근에 생긴 신조어 중에 이렇게 쓸쓸하고 차가운 단어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독한 죽음, 현대사회의 병폐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기도 하다. 과거에는 혼자 살다가 고독하게 죽은 사람이라면 인생을 잘못 산 사람이라는 인식 또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점차 그러한 인식은 사라졌으며 고독사, 독신이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서서히 깨졌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사라지는 이유에는 고독사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 현실도 있다.
2015년 12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20대 장애아동 언어치료사였던 한 여성이 숨진 지 보름 가까이 지나고서 발견됐다. 생활고에 시달려 고시원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6월 한 연극배우가 홀로 숨진 채 발견돼 세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 정보공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에 741건이었던 무연고사망자(고독사) 사례가 불과 2년 후인 2014년엔 1,008건으로 급증했다. 현재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가 복지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고독사만이 아니다.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송파 세모녀’도 있었으며 더 가까이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이웃들이 그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러 사유로 인해 관할 기관에서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 또한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에 대한 재정부담은 이런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예산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어려운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정부는 ‘송파 세모녀법’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해서는 더 변화를 모색해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단위의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민선6기 동대문구도 다른 단체들과 같이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복지예산은 2010년 1,084억 원에서 2016년 2,681억원으로 147% 증가했지만 재정한계로 인해 더 이상 늘리기에는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또한 법·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도 현장에서 많이 발견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어려움에 처한 어르신이 있는 경우 자격요건이 맞는 분은 지원을 받지만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법과 제도로서의 해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동대문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복지사각지대 주민에게는 민간자원을 활용하여 맞춤형 복지를 지원하고 지역(洞)단위 복지문제를 지역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복지공동체를 구축하여 공공부문의 재정한계의 극복을 모색하였다. 또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과 자활·자립증진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무관심 등으로 인한 자살예방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런 방향에는 동대문형 복지공동체인 ‘보듬누리’가 있었다.
동대문형 복지공동체인 보듬누리는 ‘보듬다’와 ‘누리(세상)’의 합성어로 온 세상을 보듬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온세상을 보듬는다는 뜻처럼 동대문구의 구민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복지사각지대의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보듬누리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에는 ‘희망결연프로젝트’, ‘동희망복지위원회’, ‘희망드림이웃’이 있다.
희망결연프로젝트
동대문구의 ‘희망결연프로젝트’는 구청장, 환경미화원, 민간단체까지 차상위계층 등과의 희망의 1:1 결연을 말한다. 보듬어야 할 이웃과 보듬어 주어야 할 이웃이 희망의 1:1 결연을 맺어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프로젝트이다. 구청장부터 환경미화원까지 1,300여명의 직원 모두가 참여하여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희망의 1:1 결연사업은 2011년도부터 시작되어 2013년 민간단체로 확대되는 등 2016년에는 취약계층 3,240가구와 결연을 맺고 있다. 공무원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와도 결연을 맺고 진행하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민관협력을 통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여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삼육서울병원, 동부병원, 경희의료원, 서울성심병원, 한스치과 등 8곳과 협력하여 희망결연 대상자(취약계층) 및 후원자와 그 가족에게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건강검진, 치과진료 등 비급여의료비의 15~35%를 감면하고 있으며 전국 최초로 국립중앙의료원과 취약계층 건강권 수호지원을 위한 의료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제라이온스협회 354-C지구, OK보청기와 협력하여 희망결연 가족 및 저소득주민에게 무료 틀니, 물료 청력검사 및 보청기를 지원하는 등 의료·건강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만이 아니라 교육 및 취업분야도 각 민간단체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SDA삼육외국어학원, 동대문구 보습교육협의회와는 협약을 맺어 사교육비 감면혜택을 지원하고 있으며 ‘뚜레쥬르 매일산업’과도 협력하여 무료 제과제빵교육 및 현장평가 합격자에 한해 뚜레쥬르에 취업하게 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주민들이 기금후원부터 자원봉사, 재능기부까지 자발적인 민간자원이 참여함으로써 주민참여형 나눔 사업의 표준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관 협력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발구하고 복지자원의 중복지원을 예방하며 공공재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앞으로도 이러한 희망결연 프로젝트를 통해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지사각지대를 제로화하겠다는 생각이다.
희망복지위원회
동대문구의 또 다른 사업으로는 ‘동 희망복지위원회’가 있다. 희망복지위원회는 이웃의 복지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자 구성된 지역공동체이다. 자영업자, 기업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직업군의 1,179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발적으로 희망복지기금을 마련하여 복지사업들을 추진하여 촘촘한 복지안전망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동대문구는 타구의 동복지협의체와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우선 동대문구 동희망복지위원회는 비예산, 즉 위원회 자체 기금으로 운영된다. 또한 평균 동별 30명 이하인데 비해 동별 평균 80명 이상으로 많은 인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14개동 위원회에서는 5개 사업(북한이탈주민 지원, 긴급 주거지원, 냉·난방제품 지원, 만원의 기적 주택청약저축 매칭 사업, 홈케어(Home Care) 사업)을 공통적으로 추진하며 위원회별로 차별화되는 특화사업을 동별로 2~3개씩 추진하고 있다. 동별로 주민참여형 저비용 복지사업을 발굴·추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업들은 합동연수, 간담회 사례발표대회를 통해 우수사례로 공유하고 있으며 동희망복지위원회 밴드를 개설하여 더 나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6 ‘동희망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주관 민관협력사업(저비용 지역복지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우수함을 입증하고 있다.
희망드림이웃
동대문구에는 주민들의 재능 나눔인 ‘희망드림이웃’도 있다. 구민 및 민간 기업이 보유한 지식·역량을 함께 나누는 재능기부로 복지사각지대의 소외계층 나눔 복지를 실현하고 생활안정을 도모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초기에는 복지 전문지식 부족으로 민원을 야기하고 금전부담, 시간부족 등 함께하기 어려운 사연이 발생하는 등 추진상의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 및 매뉴얼을 제작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구청장, 구간부 등 리더의 솔선수범을 통해 해쳐나갔다.
무료 치과 진료를 하는 의료 재능기부부터 주거환경개선 재능기부, 문화 및 교육 재능기부 등 다양한 재능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무료 중개서비스, 쪽방촌 페인트 봉사 등 다채로운 분야의 재능기부가 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동대문구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점이 컸다. 민·관·학의 세밀한 협력을 통해 진행했기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동대문구는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3년 6개월간 약 40억 원의 복지자원을 확충하는 등 공공재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자발적으로 구성된 동(洞)단위 복지공동체 운영을 통해 지역단위 복지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010년 31.3명에서 2014년 29.6명으로 감소하는 등 자살사망율이 감소하는 가시적인 성과도 생겼다. 앞으로도 동대문구는 희망복지위원, 복지통장 등 민간복지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600여개 민간결연단체를 발굴하여 보듬누리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느 아침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누군가의 비극적인 소식을 들으면서도 점점 무뎌지는 우리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얼음장과 같은 고독을 느낀다. 보듬누리를 보면서 무뎌진 의식을 다시 날카롭게 날을 세우게 된다. 고독사와 같은 복지사각지대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이런 꼼꼼한 정책과 날카로운 날을 세워야 할 것이다. 모르는 남이 아니라 우리 이웃이고 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날을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