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최호진
대나무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예로부터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일컫는 사군자 중 하나로 일컬어져 왔으며, 특히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평상시 쓰는 ‘대쪽같은 사람’이라는 말도 대나무에서 유래되었는데 불의나 부정과는 일절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키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조와 절개로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차 대전의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서도 유일하게 생존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마디마다 죽순이 자라 번식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대나무가 유명한 한 도시가 있다. 매년 음력 5월 13일, 대나무 식목일로 불리는 죽취일이 되면 주민들은 대나무를 심고 대통밥과 죽엽주를 즐겼다고 전해지는 전라남도 담양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매년 대나무축제도 성황리에 열고 있는 담양군도 여타 다른 기초군과 같은 문제들에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구별 소득의 감소로 지역의 활력이 크게 침체되고 있어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했다. 담양군이 떠올린 방법은 바로 ‘풀뿌리경제 활성화’였다. 사회적경제 또는 풀뿌리경제란 일반 시장경제와 달리 공동체 이익과 공익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마을만들기사업, 마을기업・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육성사업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담양군이 대나무처럼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가진 풀뿌리경제를 떠올린 것은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담양군은 풀뿌리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한다. 조직개편을 통해 풀뿌리경제만 전담하는 조직을 만든 것으로 시작한다. 풀뿌리 경제 담당을 신설하여 관련 사업의 추진동력 강화를 모색했다. 한편, 2014년 12월 29일 ‘담양군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풀뿌리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및 군민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제정하여 구체적인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 이런 조직과 조례를 통해 강한 추진동력을 갖고 본격적으로 출발하게 된다.
마음을 모아 시너지 창출
사업추진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이 역량강화와 소통이었다. 담당직원의 업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 때문에 업무전문성 및 역량강화를 위해 여러 차례 다양한 교육을 이수한다. 또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사업을 벤치마킹한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전북 완주군, 진안군, 충남 서천군, 홍성군을 포함하여 완저 CB센터, 진안 마을만들기센터, 정읍・고창 공동체지원센터 등 많은 지자체의 벤치마킹을 통해 전문성과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높였다.
또한 주민과의 소통문제도 중점 과제였다. 주민이 변화에 대해 긍정과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읍면 순회교육을 실시하였고 동시에 지역창안학교 운영하여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간다. 이런 담양군청과 주민의 마음을 모으는 노력을 통해 성공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성장을 위한 철저한 기반 준비
풀뿌리경제가 무럭무럭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반이 필수적이다. 올바른 토양에서 건강한 성장이 있다. 담양군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제대로 된 기반 만들기에 주력했다. 담양군이 주목한 것은 다양한 방법의 컨설팅이었다. 민선 5기에 진행되었던 마을만들기사업의 현재 마을별 운영실태 등을 분석했다.
또한 전문 컨설팅을 시행해 앞으로의 추진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해냈다. 또한 풀뿌리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농・특산품 판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14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진행된 임시판매장에서는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의 6개 업체가 참여해 풀뿌리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탄탄한 기초작업을 마쳤다. 이제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지역창안대회 단계별 지역공동체 육성・지원
담양군은 ‘담양형 마을만들기’라는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단계별 사업으로 지역창안대회를 추진한다. 지역창안대회란 주민이 직접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 공모사업이 통합된 공동체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중요한 점은 단계별 육성전략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성장시킨다는 목적을 갖고 있 다는 점이다.
1단계는 씨앗단계로 공동체 알기와 주민의 역량강화를 위한 지역창안학교를 1개월간 운영하였다. 2단계로는 뿌리단계로 지역창안학교 수료팀 중 40팀을 선정하여 팀별 3백만 원씩 지원하여 3월부터 7일까지 추진하였다. 3단계는 줄기단계로 뿌리단계의 팀 중 우수팀 10팀을 선정하여 최고 3천만 원까지 차등지원하여 본격적으로 경영능력을 강 화시켜나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열매단계로서 맞춤형 공동체 사업을 통해 자립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각종 공모사업과 연계, 지원하고자 추진하려고 한다.
건강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역경을 통해 더 단 열매가 탄생하는 것처럼 이러한 시행착오는 더 빛나는 열매를 맺는 역할이 되어 줄 것이다.
이 밖에도 성과로는 ‘색깔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소득창출 분야 9개 마을, 관광체험 분야 1개 마을, 주거환경 분야 4개 마을을 포함하여 총 14개 마을을 육성해냈다. 또한 지난 2014년 말 20개소였던 풀뿌리기업이 현재 31개소로 크게 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향적인 성장만이 아니라 지역창안대회 등을 통해 공동체 사업이 내실 있는 사 업이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담양군은 현재까지의 성과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일단 이미 진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지역창안대회의 박차를 가해 추진하려고 한다. 지역 리더의 역량강화 및 활동가 양성교육이 눈에 띈다.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를 지원하기 위해 마을 코디네이터를 발굴하겠다는 담양군의 목표는 농촌혁신의 담양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말이 허언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 풀뿌리경제 활동가인 코디네이터를 통해 자생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이처럼 담양군은 지역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마을리더와 풀뿌리 활동가를 적극 양성하여 민간거버넌스를 구축하며 민선 6기 동안 지속가능한 풀뿌리기업 100개를 발굴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결과를 얻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나무가 가진 굳은 절개와 지조의 정신으로 묵묵히 진행해나 간다면 꽤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대나무의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과 같은 담양군만의 풀뿌리경제 모델의 탄생이다. 아무쪼록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풀뿌리경제가 정착되고 농촌혁신의 한 모델이 되어 다른 도시까지 번식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천 년의 대나무의 역사가 서린 담양이기에 더 그러한 진한 바람을 담아 본다.
인터뷰_최형식 담양군수
문 ─ ‘풀뿌리경제 활성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답 ─ 담양 풀뿌리경제, 사회적경제는 일반 시장경제와는 달리 지역민이 직접 창업 및 운영에 참여하여공동체의 이익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목적의 경제구조 형태로 마을 만들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육성사업 등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특히, 마을 만들기는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활동”입니다. 다시 말해 삶터와 일터 만들기, 공동체 만들기, 사람 만들기를 뜻합니다. 담양군은 주민이 주체가 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풀뿌리 공동체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추진 중에 있습니다. 민선 6기 군수 선거 공약이었고, 선거 과정에서 풀뿌리 경제 활성화를 제시하였습니다. 지역경제가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역민이 직접 창업 및 운영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목반,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및 육성으로 지역경제의 기틀을 다지는 풀뿌리 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역의 개발 가능한 잠재자원을 활용하여 분야별 풀뿌리 경제지원으로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풀뿌리경제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및 소득증대, 지역 유대감 제고, 농업 등 연관사업의 동반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풀뿌리 경제 활성화란 기존 단순마을 개발 방식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역공동체가 주도하여 지역의 생산적 자산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도록 구축하는 것입니다. 주민공동체 형성, 지역자원 활용, 환경보전, 문화와 전통 보존 등 실천가능한 영역에서 지역공동체 주도로 지역 활력을 되찾고 지역주민 주도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지요.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을 특화 발전시키는 마을공동체와 농업부가가치화, 농촌체험, 유통가공 판매를 위한 창업공동체를 발굴하고, 이를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로 육성하고자 합니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으로 유도하고 성장시켜 담양의 지역경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 ─ ‘풀뿌리경제 활성화’를 위해 ‘행복한 마을만들기 지역창안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복한 마을만들기 지역창안대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답 ─ 지역창안대회는 지역공동체 발굴과 육성을 위해 연계 협력하여 만들어가는 공동체 활동화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창안대회의 용어를 설명드리면, ‘창안’이란 어떤 방식을 처음으로 생각해 낸다는 뜻의 창안이며, 선택과 집중으로 단계별 맞춤 지언을 위한 ‘대회’가 합쳐진 것입니다. 따라서 창안대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와 일터의 소재를 중심으로, 공동체 실천 활동을 찾아가는,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입니다. 지역창안대회는 씨앗단계, 뿌리단계, 줄기단계, 열매단계 등 4개의 단계로 진행됩니다. 단계별로 공동체사업을 준비하며 역량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발굴하고, 육성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창안대회를 추진하게 된 이유는 민선5기 동안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실효성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사업 위주의 사업으로 사업추진에 대한 시스템 및 연계성이 미흡했고, 지역에 전문가가 없었으며, 교육시스템 및 학습기회가 부족하여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민선 6기를 시작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행복한 상상과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 훈련, 컨설팅을 지원하는 교육과 공모사업을 통합한 풀뿌리 공동체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한된 예산과 행정력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하였고, 지역역량강화가 이 사업의 목적 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지역공동체 발굴과 육성 및 마을만들기 사업을 보다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데 사업의 취지가 있었습니다.
단계별 사업 세부내역을 말씀드리면, 첫 번째 씨앗단계에서는 창안학교 입교부터 시작되며, 한 달간 교육과 컨설팅으로 진행됩니다. 두 번째 뿌리단계는 창안학교 수료팀 중 우수팀을 선정하여 팀별 3백만 원의 사업자금을 지원하여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40팀 선정)입니다. 세 번째 줄기단계는 뿌리단계 최종발표회를 거쳐 우수공동체 10팀을 선정하여 최고 3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열매 단계는 줄기공동체 중 공동체의 역량과 지역자원의 활용으로 인해 역량있는 우수공동체(마을)가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또한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분야별 사업 유형으로는 마을공동체와 창업공동체가 있습니다. 마을공동체는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한 소득창출사업, 주거환경이나 주요 현안을 주민들이 직접 해결하는 공간환경형,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꾸리는 생활문화형의 유형이 있습니다. 창업공동체는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한 주민 일자리 창 출사업, 주민들이 일정 기간 모여 소득을 창출하는 소득형, 지역에 필요한 공익적 활동인 사회서비스형으로 구분됩니다.
문 ─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고민이 많았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답 ─ 처음에 주민들을 바뀌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컨설팅, 그리고 단계별 심사 및 사업비 지원, 정확한 기준 제시 등을 통해 추진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12개 읍면 순회를 통해 마을만들기 사업방향과 지역창안대회 홍보교육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실시하였으며, 주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창안대회 사업설명회를 별도로 실시하였습니다. 또한, 지역창안대회 공모를 위해 포스터, 리플렛을 제작하여 홍보하였으며, 담양군 홈페이지에 공지, 보도자료 배부를 통해 대대적인 참여를 촉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공모에 총 50팀(팀별 3명씩)에 150명이 창안학교 심사를 실시 7회 운영한 교육과 컨설팅, 벤치마킹에 참석률에 따라 가감점을 부여하였고, 최종 40팀이 수료하여 뿌리단계 사업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업기간 중 현장심사와 7월 30일에 실시한 뿌리단계 최종발표회는 공동체별 발표를 통해 현장심사, 발표심사, 주민심사를 통해 공정하게 줄기단계 공동체를 선정하여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주민들에게 사업방향과 참여율, 사업의 성격, 공동체의 역량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켜 주민들에게 신뢰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이는 무조건식의 지원보다는 주민들의 역량을 높여 사업을 준비하고 다음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담양, 행복한 마을만들기 지역창안대회”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문 ─ 민선 6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답 ─ 민선 6기 풀뿌리경제 핵심공약은 풀뿌리경제 기반조성 및 공동체 형성 활성화입니다. 행복한 마을만들기 지역창안대회를 통해 건강한 마을공동체, 창업공동체를 육성하여 지속가능한 풀뿌리경제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코자 합니다. 풀뿌리경제 활동가인 코디네이터 양성교육과 지역의 역량있는 리더발굴과 육성을 위한 마을리더 양성교육을 통해 지역의 사람을 발굴하여 인적자원화하고자 합니다. 현재 추진 중인 “담양 풀뿌리경제 지원센터 설립과 운영” 용역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중간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지역공동체의 활력을 도모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여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소득증대와 생활 환경개선 및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해 주민참여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행정과 주민의 민관 거버넌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민선 6기 동안 풀뿌리공동체 100개를 육성하여 지속가능한 풀뿌리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